1994년부터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활동하다,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선보였던 단편영화 (1994)와 (1996)으로 장편극영화 데뷔전에 이미 주목받는 감독이었다. 정지우는 단편영화에서 일상 현실과 인간관계의 단절, 소통의 부재를 잘 묘사한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1999년에 실업자인 남편이 아내의 불륜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다룬 로 감독에 데뷔했다. 는 일견 불륜과 치정극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일상과 그 저변에 깔린 욕망의 부조화로 인해 혼란에 빠진 한 인물의 내면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이다. 불륜에 빠진 아내, 그녀의 정부, 실직한 남편이라는 세 남녀를 중심으로 애정, 집착, 살의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정지우는 로 99년 가장 주목받는 신인감독이 됐고, 2000년 칸영화제에 출품되는 영광을 얻었다. 정지우의 영화는 현시대 정서에서 추출한 소재와, 개성과 패기가 엿보이는 스타일로 인정받았다. 특히 단편영화에서 인물에 대한 묘사와 섬세한 포착이 뛰어난 감독이라는 평을 받았다.